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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사례] 집합건물 관리규약 변경, 서면결의서와 전자투표 두 가지를 다 겪어본 이야기

by 수원 고선생 2026. 6. 20.

집합건물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가장 까다로운 업무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관리규약 변경 같은 중요 안건을 처리하는 일입니다. 관리단 총회를 거쳐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오늘은 제가 서로 다른 두 건물에서 각각 서면결의서 방식과 전자투표 방식으로 관리규약 변경을 진행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두 방식의 현실적인 차이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관리단 총회, 정족수부터 막막합니다

관리규약을 변경하려면 관리단 총회를 열어서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통상 관리규약 변경 같은 중요 사안은 구분소유자 및 의결권의 과반수, 경우에 따라서는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율을 채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정말 어렵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입주민들은 각자 생업이 있고, 평일이든 주말이든 총회 한 번 참석하자고 시간을 비워두기가 쉽지 않습니다. 공실로 비어있는 호실도 있고, 임대를 준 소유자가 멀리 거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총회 현장에 직접 참석하는 인원만으로는 정족수를 채우는 일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결국 서면 또는 전자적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독려하는 과정이 핵심이 됩니다.

이때 어떤 방식을 쓸 수 있는지는 그 건물의 관리규약에 무엇이 정해져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관리규약에 전자투표로 총회 안건을 진행할 수 있다는 근거 조항이 있으면 전자투표가 가능하고, 그런 조항이 없다면 전통적인 서면결의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서면결의서 방식으로 진행했던 건물

제가 처음 근무했던 건물은 지어진 지 오래된 곳이었습니다. 이런 오래된 집합건물들은 관리규약 자체가 처음 만들어질 때 전자투표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시절에 작성된 경우가 많아서, 전자투표에 대한 근거 조항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이 건물에서는 관리규약 변경 안건을 서면결의서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서면결의서 방식은 말 그대로 종이로 된 결의서 양식을 각 호실에 배부하고, 소유자가 안건에 동의 또는 부동의 의사를 표시해 서명 날인한 뒤 다시 제출받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이 방식의 가장 큰 어려움은 결의서를 나눠준다고 해서 곧바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처음 배부하고 나서 며칠을 기다려도 회수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러면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직접 한 분 한 분 전화를 돌리기 시작합니다. "관리규약 변경 결의서 받으셨는지요, 작성해서 보내주실 수 있는지요"라는 통화를 정족수를 채울 때까지 반복하게 됩니다. 한 번 전화로 안 되면 다시 전화하고, 그래도 안 되면 직접 방문해서 서명을 받아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짧으면 2~3주, 길면 한 달 이상 걸린다는 점입니다. 결의서를 우편으로 보내고, 회수하고, 누락된 호실을 다시 확인하고, 전화를 돌리고, 그래도 안 되면 다시 독려하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담당자 입장에서는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소모되는 업무였습니다. 결국 정족수를 채우긴 했지만, 한 건의 관리규약 변경을 처리하는 데 들어간 시간과 인력이 상당했습니다.

전자투표 방식으로 진행했던 건물

이후 옮긴 건물은 비교적 신축에 가까운 곳이었는데, 처음 관리규약을 제정할 때부터 총회 안건을 전자투표로 진행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건물에서 관리규약 변경 안건이 생겼을 때는 전자투표 시스템을 통해 진행했습니다.

전자투표 방식의 진행 방식은 이렇습니다. 입주민들에게 투표 링크와 안건 내용을 문자메시지나 알림 형태로 발송하고, 각 소유자는 본인 인증 후 스마트폰이나 PC로 간단히 클릭해서 투표를 마칠 수 있습니다. 결의서를 인쇄하고 배부하고 다시 회수하는 물리적인 과정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입니다.

물론 전자투표라고 해서 모든 입주민이 알아서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독려는 필요했습니다. 다만 그 방식이 전화 통화에서 메시지 발송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습니다. 정족수가 모자라면 "아직 투표하지 않으셨습니다, 투표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 메시지를 며칠 간격으로 다시 발송하는 식으로 독려를 이어갔습니다. 전화처럼 통화 시간을 맞춰야 하는 부담이 없으니, 받는 사람도 본인이 편한 시간에 짧게 확인하고 바로 투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체감되는 참여율 차이가 상당히 컸습니다. 서면결의서 때는 전화를 몇 번씩 돌려야 겨우 회수가 되던 호실들이, 전자투표에서는 메시지 한두 번 발송으로 비교적 수월하게 참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정족수를 채우는 데 걸리는 기간도 눈에 띄게 짧아졌고, 담당자가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도 크게 줄었습니다.

두 방식을 직접 겪어보고 느낀 점

서면결의서와 전자투표 방식 사진

 

두 방식을 모두 실무에서 경험해보니, 결국 핵심은 입주민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드는 부담을 얼마나 줄여주느냐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면결의서는 종이를 받고, 작성하고, 서명하고, 다시 제출하는 일련의 물리적 행위가 필요한 만큼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반면 전자투표는 그 과정을 클릭 몇 번으로 단축시켜주기 때문에 참여를 이끌어내기가 한결 쉬웠습니다.

다만 전자투표가 만능은 아니라는 점도 짚어두고 싶습니다. 일부 연령대가 높은 입주민들은 오히려 전자투표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별도의 안내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자투표를 도입하더라도 서면 제출이 편한 분들을 위한 보조적인 방법은 함께 열어두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오래된 집합건물에서 관리규약 변경을 앞두고 계신 관리소장님이나 입주자대표 분들이 계시다면, 이번 기회에 관리규약에 전자투표 근거 조항을 추가하는 것도 함께 검토해보시길 권합니다. 다음 번 안건을 처리할 때 체감하는 업무 부담이 확실히 달라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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